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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란 무엇인가?

by poet1000 2024. 2. 29.

지금은 절판된 책 『편집자란 무엇인가?』의 일부를 공유해 봅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이 책은 편집자 삭스 카민즈의 아내 도로시 카민즈가 삭스 카민즈에 대해 엮은 책입니다. 그에 대한 다양한 문헌과 편지를 책에서 공유하며 죽은 남편이 편집자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1993년 일지사에서 발행된 이 책은 지금은 아쉽게 절판되었지만 편집자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마도 중고 서점에서 구하실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해서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삭스 카민즈는?

삭스 카민즈

 

삭스 카민즈는 출판사의 편집자였습니다. 그는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 윌리엄 포크너, 싱클레어 루이스, 애들레이 스티븐슨 등 여러 유명 작가와 함께 일한 바 있는 편집자로, 작가의 동반자로 큰 신뢰를 얻은 바 있습니다. 

 

고스트라이터의 고스트라이팅 

1958년 5월에 프린스턴 나쏘클럽 강연에서 나눈 고스트라이팅의 경험/ 편집자가 된 길:

 

"제가 남을 홀리고는 또한 홀림을 당하는 어떤 특수한 유령이었다는 것, 잠시 어떤 다른 사람이 되었다가 아무런 의식도 없이 걷어치워 버리곤 했던 것을 고백합니다. ... 허전한 배, 정신의 고뇌, 쓰고 싶다는 욕구로 인한 고통, 말에 대한 애착, 남의 생각에 대한 탐욕스러운 호기심, 익명에의 정렬, 이러한 것들 모두가 결합돼...심리학 교과서, 자연의 치유 능력에 대한 소책자, 목사의 설교집, 변호사의 소송사건 기록서등을 쓰는데도 협력했습니다. 저는 과학자로도, 탐험가, 치료자, 운동가, 신비주의자, 탐정이나 애인으로도 모습을 바꿨습니다. ... 저는 그 수많은 이름의 그늘에 숨어 있었던 겁니다.  

... 

나이가 들었는데도 스크린상에서 바라는 대로의 젊음을 발휘할 수 있는 유명한 여배우가 ... 어떻게 해서 ... 젊은 역을 멋지게 연기할 수 있는지를 ... 5달러에 ... 2천 5백 단어로 쓰는데 다섯시간 밖에 없었습니다. 한 시간에 5백자 꼴입니다. 긴 낱말도, 짧은 낱말도, 관사도, 전치사도, 접속사도 그리고 가장 가는 글자이면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수직형 대명사 (I)까지도 모두가 각각 5분의 1센트로 세어지는 겁니다. 하나하나 따지면 엄청난 것 같지만, 한번 써 나가면 점점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 저는 셰익스피어나 밀턴, 발자크나 톨스토이로부터 뭔가를 훔치려 생각했습니다마는, 곧 절망적인 기분이 들어 ... 그녀의 이름을 써서 타이프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나이를 멎기 않는 여성 -- 그건 사랑에 빠진 여잡니다. 한평생 저는 사랑을 해왔습니다. 인간과 장소와 나무, 새, 기후, 음악, 그리고 달이 낮게 뜬 해안에 찰싹거리는 물결들과 사랑을 해왔습니다." ... 두달 후에, 전국적으로 나돌고 있는 부인용 잡지에서 제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여배우가 그 '고백' 때문에 750 달러를 에이전트는 통상적으로 10퍼센트를 받으니 75달러이고, 작가인 저로 말할 것 같으면 5달러에 지나지 않습니다. 

...

의뢰인은 학위와 중서부 대학의 자리를 얻기 위해서 논문을 써야 했습니다. 그가 쓴 '초서와 보카치오 이야기의 상관관계'라는 논문의 초고는 엉망이었습니다. ... 공공도서관은 제 대학이며 그 관원은 능력있는 조언자였습니다. 박식을 내세우는 듯한 많은 참조를 달고 유사표현을 삽입구적으로 써가면서 그 논문을 윤색했습니다. 그걸 쓰는 동안, 제 자신이 최종적으로는 영원히 살아 숨쉬는 각주를 단 학자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 논문을 마치자 그건 제출되고 또한 통과됐습니다. 저의 고용주는 ... 가운을 입을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 보수를 요구하니 그는 웃으면서 받아볼테면 받아봐 하며 조롱하는 거였습니다. ... 학위논문을 심사하는 학식있는 시험관들이 알아채지 못하고 삼켜버린 걸 내가 마법의 큰 남비로 조리할 수 있었다면, 책을 꾸며내는 쪽이 더 참된 '쓰기'에 가까운 일이며, 자기의 본디 모습을 되돌릴 수 있는 돈까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모험을 좋아하고 한 곳에 가만히 있기를 싫어하는 외향적인 인물...그는 여섯 번이나 세계를 돌아디니며, 여자상속인을 비롯해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무엇이건 사냥했으며, 히말라야로 날아가기도 하고 바닷속을 걷기도 한데다, 어느날 아침 일어나보니 베개위에 코브라가 꼬불꼬불하게 기어오르는 걸 보기도 하고, 혼자서 떠나가려는 걸 분개한 젊은 동양여자에게 귀의 일부를 잃기도 했습니다. 그 절단된 귀를 제외하고는 그는 완전한 표본과 같은 육체를 ... 또한 두려움같은 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 저는 그의 이야기에 매료돼 정글에서의 여러밤을 묘사하는 장을 쓸 때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습니다. 기는 것들, 꿈틀거리는 것들, 빠르게 나는 것들, 축축하고 부드러우며 끈적끈적한 것들, 이 모든 게 제게는 질색이었습니다. 출판사는 원고를 마음에 들어했으며 '저자'도 기뻐했습니다. 저는 독자를 위해 자기 자신의 공포를 작품속에 불어넣었다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유령일지라도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수가 있다는 걸 그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  

모험물의 성공은 저를 제일급의 고스트라이터로 부상시켰습니다. ... 저의 재능을 마치 자기자신의 것으로 하는 걸 거절할 만한 정직함을 지닌 사람이란 도대체 없다는 걸 저는 알게 됐습니다. 정직함이란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것에 국한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추상적인 건 오히려 공공의 것으로서 누가 가져도 되는 모양입니다. 인간은 남의 정신을 훔쳐도 그걸 결코 도둑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는 오싹해졌습니다.   

...

이제 저에겐 자기달성이라는 큰 과제의 실현, 자기의 정체를 인식하게 되고, 제 자신의 신념을 위해 말할 수 있게 될 ... 제 자신의 책 속에서 저를 나타내는 인물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저는 없었습니다!  

저는 유령이었습니다.  

저는 잠시 그들의 마음으로 옮겨가, 산문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추적하고 올가미를 씌웠는데 교묘히 포착한 많은 남녀의 기억으로 된 요괴에 지나지 않앗던 겁니다. 제가 포착하고 가장한 사람들과 함께 흩어져, 본디의 저는 상실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각각의 인물 속에 저는 제 일부를 남겼습니다. ... 저는 자기자신을 몽땅 줘 버리고 말앗습니다. 그때, 저는 마음으로부터 두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제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됐으니까요. 저는 타이프라이터로부터 일어나 어느 문학관계 에이전트에게 전화했습니다. : "저는 책을 만들 멋진 아이디어를 갖고 있습니다만, 누군가 그 작자가 될 만한 사람을 알지 못하십니까?"

 

(편집자란 무엇인가, 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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